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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노동자 아내의 눈물어린 출판기념회

2007.03.17 23:20

노동자 조회 수:122

해고노동자 아내의 눈물어린 출판기념회
<들꽃은 꺾이지 않는다>를 내며...
  
  박미경(평등세상) 기자


ⓒ 임승철

추적추적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던 지난 2일이었습니다. 제가 쓴 책 <들꽃은 꺾이지 않는다>(삶이보이는창) 출판기념회가 울산 언양에서 조촐하게 열렸습니다.
  
출판기념회를 열거라곤 전혀 예상치도 못했는데, 삼성SDI 현장 노동자들의 모임에서 기념회를 열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삼성의 실체에 대해서 알리고, 현재 삼성SDI에서 계약해지를 이유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힘을 실어주자는 의미에서 행사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행사 날짜가 다가오니 조금은 쑥스러운 생각이 들더군요. 대선을 겨냥해 출간한 거물급 정치인의 책도 아니고, 더군다나 유명작가도 아닌, 소박하게 살아가는 해고노동자 아내의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나였습니다. 워낙 말주변이 없는 데다가 특히, 사람들 많은 곳에 서면 두서도 없고, 버벅대기 일쑤라서요.


ⓒ 삼성SDI비정규직 비대위

며칠 전부터 행사를 준비하던 분들은 하나같이 "출판회 때 박미경이 분명히 울 거다. 안 울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라고 웃으며 제게 절대 울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기념회 장소에 도착하니 해고노동자 아내의 출판기념회답게 피켓들이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현재 삼성SDI에서 구조조정 당해 회사와 투쟁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가 담긴 문구를 보니 마음이 아픕니다.


ⓒ 임승철

비가 와서 찾아주시는 분들이 적을 줄 알았는데, 기우는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서울, 수원, 대구, 김해 등 멀리서 안개와 빗속을 달려오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어찌나 고맙던지요.

밀려드는 인파 속에서 사인을 하는 동안, 가슴은 콩닥콩닥 뛰고 펜을 잡은 손도 덜덜 떨렸습니다. 언제나 남편의 그늘로 살아가던 제가 그날만큼은 주인공이었기 때문일까요. 촌닭이 낯선 곳에서 허둥대듯이 조금은 어리둥절했습니다.


ⓒ 임승철

어린 중학생들이 며칠 동안 연습한 율동으로 축하공연을 시작하고, 이어 민중가수가 힘차게 노동가를 불러주었습니다. 팔순 노동자도 삼성의 노동탄압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남편과 제가 겪었던 지난날의 숱한 아픔이 영상으로 나오자, 저는 참았던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 임승철

함께 자리한 팔순의 어머니가 당신 자식이 당한 고통과, 아들이 출소하던 장면을 직접 눈으로 보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금세 얼굴이 붉어지시더군요. 삼성SDI 앞에서 어머니 당신이 시위하던 예전 모습에 한참 동안 화면을 응시한 채 멍하니 계셨습니다.

연로하신 탓에 정신이 오락가락하지만 어머니는 저와 함께 시위하던 때를 잊지 않고 계셨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좋았던 일은 쉽게 잊지만 마음고생이 심했던 일은 쉽사리 잊지 못하나 봅니다.


ⓒ 임승철

어느 정치인의 출판기념회처럼 활짝 웃으며 즐거워야 할 출판기념회. 그러나 억울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살아온 '삼성에 한 맺힌 여자'인 저의 출판기념회는 눈물로 얼룩지고 말았습니다. 책이 나왔지만 부모님께는 책표지만 보여주고 숨겨놓았습니다. 부모님께 말도 못하고 혼자 가슴앓이 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유명 정치인들처럼 선거철에 맞춰 급하게 쓴 글도 아니고, 남편이 투옥된 시점부터 몇 년 동안 울음을 삼켜가며 써온 솔직한 글이기에 저는 지금도 <들꽃은 꺾이지 않는다>의 책장을 펼치기가 두렵습니다. 다시 한번 생채기를 내는 것처럼 가슴 아프기에….

배경이 든든한 정치인의 떠들썩한 출판기념회에 비하면 음식도 간소하게 차렸고 초라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 의미만큼은 결코 작지 않은 행사였습니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자보와 민중의소리에도 보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03-16 20:24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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