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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뿐인 “노동존중특별시, 서울” 규탄 기자회견


 

서울시 노동정책기본계획안(2015년 4월 29일 발표)에 대한 이해

 

- 지난 4월 29일 서울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노동정책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이를 통해 ‘노동이 존중받은 서울’을 향한 변화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하였다.

 

- ‘쉬운 해고 노동개악’을 앞세운 박근혜 정부의 ‘반노동 친재벌’ 행보가 1500만 노동자들의 숨통을 조르고 있는 상황에서 박원순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가 ‘노동 존중’ 정책을 수립하여 실천하겠다는 선언한 것은 그 자체로 매우 뜻 깊은 일이기에 우리 민주노총 서울본부(이하 ‘우리 본부’)는 직간접적인 환영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  그러나 ‘기본계획’이 발표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사건들은 과연 서울시가 점진적으로나마 노동존중특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가를 의심하게 만든다. 

 

- 박원순 시장은 ‘기본계획’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는 노동자 보호가 아닌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동자가 체감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이 되도록 하여 노동의 존귀함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노동존중특별시’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 변화와 이를 담보할 노동행정의 결합을 통해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빈껍데기로 전락할 위험에 놓인 노동정책기본계획

 

- 금천구 간접고용 환경미화원들(서울 금천구가 위탁한 환경미화업체 노동자)은 월 200만원도 안 되는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서울시민을 위한 공익적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서울시가 발표한 ‘기본계획’을 보면서 드디어 올해부터는 직접고용 환경미화원들의 60%밖에 되지 않은 자신들의 절대적 저임금이 상당히 올라갈 것이고, 머지않아 직영 환경미화원이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 년 초 서울시와 각 자치구가 쓰레기 봉투값을 대폭 인상하면서 이로 인해 생기는 수익을 환경미화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했고, 이어 서울시가 ‘기본계획’을 통해 올해 270만원부터 시작하여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임금을 인상하겠다고 했으니 올해 임금인상은 당연히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믿었다.

 

-  그러나 해당노동조합(서울 일반노조 금천환경분회)이 마주한 올 임금교섭은 예년과 다름없었다. 용역업체는 자치구에서 받은 도급비로는 임금인상을 할 수 없다고 버텼고 자치구 담당 공무원은 서울시 ‘기본계획’에 적시된 임금인상 권고는 자신들도 모르는 것이라며 시의 지원이 없는 한 어쩔 수 없다며 발뺌하였다.

 

- 이에 분개한 조합원들은 우리본부를 통해 서울시 관련부서(생활환경과)를 찾아가 항의하였다. “자치구에서 서울시 ‘기본계획’ 안에 포함된 대행 환경미화원 임금인상 권고안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 하는 데 어떻게 된 것이냐?” 그러자 서울시 담당 공무원은 “자신도 서울시 기본계획에 이 같은 내용이 있는 것을 오늘에서야 처음 알았다며, 기본계획의 권고 내용은 사실 상 아무런 강제력도 없고, 현실성도 없는 것”이라며 책임회피의 태도로 일관하였다.

 

- 서울시의 무책임한 태도와 허울뿐인 ‘노동정책 기본계획’에 허탈해진 환경미화원들은 결국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소하였고, 서울시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을 남겨둔 채 예년과 같은 수준에서 임금교섭을 마무리 지었다.  

 

- 박원순 시장이 주도한 ‘기본계획’은 「근로자권익보호」와 「모범적 사용자 역할 정립」의 2대 정책목표와 이에 따른 61개 단위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계획에 제시된 단위과제를 자치구 공무원들은커녕 서울시주무부서 담당자들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설령 노동정책과나 관련 주무부서가 ‘기본계획’에 관련 내용이 기재된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현장에서 우리본부가 느낀 것은 아무도 이를 실행하거나 추진할 의지나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 결국 정책의 기조나 목표도 불명확한 ‘일자리 대장정’ 같은 전시성 행사를 빼고 나면 서울시의 행보에서 ‘기본계획’ 수립 이후 과연 어떤 변화가 시작되었는지 아무도,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다.

 


고용노동부 못지않은 서울시의 무책임 노동행정

 

- 서울시의 ‘기본계획’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노동행정’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수립한 지방자치단체 최초의 계획임을 강조하고 있다. 방대한 노동관련 업무를 추진함에 있어 계획의 수립 못지않게 이를 집행하는 ‘행정 관료의 태도와 의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설명한 것이다.

 

- 그러나 노동행정을 수행하는 서울시 관료 전반에 팽배한 무사안일한 의식과 태도는 앞서 설명한 생활환경과 담당자 모습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 7일, 우리 본부는 본부 산하 단위사업장 노동현안에 대한 협의를 위해 서울시를 방문하였다. 구체적으로 ‘공공의료확충을 위한 서울의료원 간호사 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 개선 요구’, ‘경력인정 차별을 해소해 달라는 서부공원 녹지사업소 원예사’, 그리고 ‘법원 판결에 의해 연속 고용 중인 공무직에 대한 퇴직금 및 근속 인정, 근무평정의 형평성 요구’ 등이었다. 

 

- 지난 여름 한국사회를 강타한 메르스 사태는 그간 정부나 지자체가 공공의료 확충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깨닫게 해 주었고 그 결과가 시민들의 건강과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 메르스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중앙정부와 여러 지자체들이 허둥대고 있는 상황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염병에 대응하는 공공의료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시정의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결국 박원순 시장의 선언은 서울시 산하 공공의료기관 노동자들의 헌신적 노동과 맞물리면서 메르스 확산 차단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 그 후 서울시는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서울시가 앞장서서 공공의료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런 발표와 달리 현재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서울의료원에서 간호사 노동자들을 무한 경쟁으로 내몰기 위한 성과주의 임금제도 도입 기도가 진행되고 있다.

 

- 의료기관을 이윤 극대화 기업논리로 운영하고, 이를 위해 경쟁적 노무관리를 시행하는 것이 공공의료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가를 우리는 메르스 사태에서 분명하게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로는 공공의료체계를 강화하겠다면서도 민간병원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 서울의료원 간호사들의 임금격차 해소를 핑계로 성과급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서울시의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우리 본부는 서울시가 “홍보용 기자회견 몇 번으로 공공의료체계 강화라는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는 착각에 빠진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에 고용된 비정규직 5,625명을 선도적으로 정규직(공무직)화 하였고, 2017년까지 1,697명으로 추가하여 총 7,322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여 이를 통해 서울시가 모범적 사용자로서의 역할을 정립해 나가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모범적 사용자로서 서울시의 역할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름표를 ‘공무직’으로 바꾸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 서부공원 녹지사업소 원예사들의 경력인정 요구는 너무도 당연하다. 이들은 경력자 채용 공고를 통해 입사하였고, 2013년 입사자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이미 경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예사들의 경력인정 요구는 번번이 이러저러한 핑계로 거부당하였다. 이에 원예사들은 노조(서울일반노조 서부녹지지회)를 통해 상급기관인 서울시에 경력인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면담을 요청하였다.

 

- 우리본부의 주선을 통해 간신히 서울시 담당부서(공무직과)를 만날 수 있게 된 원예사들은 노동조합을 무시하고, 일반인의 성가신 민원을 대하는 듯한 서울시 담당자의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청한 내용을 검토해 보겠다’며 거들먹거리는 공무직과 담당자에게 우리본부가 강력한 항의의 표시로 책임 있는 부서장의 납득할 만한 답변을 있을 때까지 면담장을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자, 출장을 떠나 자리에 없다던 서울시 인사과장까지 어느 새 나타나 “노동조합의 주장이 설득력 있고 합리적이라 판단되니, 하루빨리 검토해서 공식적인 답변을 주겠다.”고 답하였다.

 

- 그러나 공문을 통해 신속하게 답변하겠다는 약속은 일주일 이상 지난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아무런 공식적 답변을 회피한 채, 행정적인 처리가 쉽지 않다며 처음 면담할 때 되풀이한 ‘검토 중’이란 답변으로 아직도 발뺌하고 있다.

 

- 과연 서울시장이 자랑하는 다른 지자체에는 없는 서울시만의 ‘노동행정’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힘없는 노동자들이 또 다시 서울시청 로비에서 밤샘 농성을 하고 단식투쟁을 해야 만 그제야 슬쩍 반응을 보이는 구태의연한 태도를 반복하려 한단 말인가? 그러면서 무슨 ‘노동존중특별시, 서울’을 외치고 다니는가? 서울시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노동조합을 들러리로만 판단하는 서울시의 일자리 대장정(협약식)

 

- 일자리가 모든 일의 일 순위라며 최근(10월7일~) 서울시가 ‘일자리 대장정’에 나섰다. 많은 언론과 지하철 역사, 공공게시판 등에 포스터가 나붙었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노동현장, 교육현장, 시민생활 현장 등을 찾아다니며 서울시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선전한다.

 

- 그러나 서울시의 ‘일자리 대장정’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책 구호가 박근혜 정부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이미 빛을 잃었다. 박근혜 정부가 부르짖는 ‘청년일자리 창출’은 ‘임금피크제, 쉬운 해고, 취업규칙 일방 변경 등 노동자 죽이기 정책’과 연결되면서, 실제 ‘노동유연화 확대와 고용의 질 악화’에 다름 아니라는 강력한 비판과 저항에 직면해 있다.

 

- 서울시의 일자리 대장정은 박근혜 정부와 어떻게 다른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전시성 구호를 실천할 구체적 방안은 무엇인가? 설마 박근혜 정부와 ‘똑같이’ 노동유연화와 고용의 질 악화에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닌가?

 

- 서울시 산하 투자, 출연, 출자기관 노조들은 현재 임금피크제 등 정부의 노동개악에 기도에 맞서 싸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서울시 산하기관 노조들의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커녕 행안부의 임금피크제 미 도입 시 불이익 처분 지침을 들먹이며 중앙정부의 대리인 노릇을 자처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 뿐만 아니라 서울시가 서울시 투자, 출연, 출자기관 노조를 끌어들여 10월 30일 일자리대장정의 마무리 행사로 일자리 협약식을 체결하려 한 것이 확인되었다. 서울시가 노조들에 제시한 협약문을 살펴보면 서울시의 구상이 박근혜 정부 노동정책과 동일한 기조에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투자, 출연, 출자 기관에 임금피크제(임금피크제의 실제 내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공개하지도 않으면서)를 강압하고 그 재원으로 청년일자리를 만들겠다는 틀에 박힌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더구나 이에 순응하는 일부 노조를 들러리 세워 홍보용 협약식 체결을 시도하는 구태를 보이기도 했다.

 

- 우리 본부는 이미 ‘질 높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계획과 구상’에 함께 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자는 뜻을 여러 차례 서울시에 전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노동자 대표기구인 우리본부와는 어떠한 협의도 없이(심지어는 통보조차 하지 않은 채) 지난 10월 8일, 일자리 토론회를 개최하였고, 우리 본부 산하 가맹노조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하여 회유하고, 10월 30일 은밀하게 민주노총을 배제한 기만적 일자리 협약식을 개최하려 준비 중에 있다.


 

서울시가 먼저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본부는 투쟁으로 맞설 것이다.
 
-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본부는 서울시의 ‘기본계획’에 환영입장을 표명하였고, 이를 통해 서울시가 노동존중특별시로 바뀔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우리 본부의 이런 입장은 서울시의 ‘기본계획’이 말 뿐인 선전용 문구가 아니라는 전제에서 시작된 것이며, 박원순 시장의 분명한 실천의지를 확인하는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 그러나, 서울시의 노동행정에는 이미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말 뿐인 노동정책(기본계획)과, 무책임한 노동행정과, 노동조합을 들러리로만 생각하는 전시성 행사로는 노동자의 마음을 얻고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서울시가 이런 시대착오적 상태에 머물러 있는 이상, 우리 본부가 서울시를 상대로 해야 할 일은 협력이 아니라 투쟁임을 분명히 한다.  

 

- 이에 서울시의 태도와 입장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 본부는 기왕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거버넌스 기구 참여를 보이콧할 것이다. 그리고 허울뿐인 서울시의 노동정책과 노동행정에 맞서 전면적인 투쟁에 돌입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

 

 

2015년 10월 2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울지역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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