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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성명] 서울시는 기후위기 대응과 주거불평등 해결의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 서울본부 2022.08.11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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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기후위기 대응과 주거불평등 해결의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

 

  서울·수도권에 관측 사상 최고치라는 집중호우가 쏟아졌고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안타깝게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며 애도를 표한다. 실종자들의 무사귀환과 이재민들의 빠른 일상 회복을 기원한다. 

 

  이번 폭우가 전 지구적으로 규모와 빈도가 늘어가는 기후재난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그로 인한 피해마저 불평등하게 겪게 된다는 점, 주거빈곤층과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에게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온다는 점을 여실히 확인했다. 지난 8일 관악구 신림동의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 살다 참변을 당한 일가족은 서비스 노동자이자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 간부인 홍00님과 발달장애인인 그의 언니, 그리고 10대인 딸이었다. 같은 날 동작구 상도동의 반지하 주택에서 장애인인 50대 여성 거주자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재난의 위험은 아래로 흐르며 약한 곳을 덮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광범위하고 급격한 개발로 인해 위험에 더욱 취약한 도시가 되어왔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여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는 불투수면적률이 높고 녹지가 적으며, 서울 곳곳의 하천들을 복개해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등 집중호우와 같은 재난에 대응하기 어려운 반생태적 도시가 돼버렸다. 상황이 이런데도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는 더 개발을 부추기는 도시계획들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올해 서울시의 수해방지와 치수 예산이 대폭 삭감돼 2012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이기도 하다.

 

  홍00님 가족처럼 지하·반지하에 사는 가수 수는 약 33만 가구에 달한다(2020 인구주택총조사). 이중 서울 20만1000여 가구, 경기 8만 9000여가구, 인천 2만 4000여 가구 등 수도권에 대부분이 몰려 있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주택공급 촉진을 위한 규제완화 정책이 지하·반지하 주거형태를 양산해왔는데, 이들 주거형태가 지속되는 것은 도시의 기존 생활권에 머물기 위한 적정하고 저렴한 다른 주택이 없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코로나19를 핑계로 지하·반지하 거주가구에 대한 전수조사 계획을 취소했다. 2020년부터 지하·반지하 거주가구를 포함해 공공임대주택 입주자격을 확대했지만 정작 물량은 턱없이 부족해 ‘신청만 할 수 있을 뿐 들어가지는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반지하에 사는 이들은 갈 곳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가 반지하주택을 없애 나가겠다며 10일 발표한 대책은 말만 요란할 뿐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은 되지 못한다. 먼저, 서울시는 기존 주거용 지하·반지하에 대해 10~20년의 장기 유예기간을 설정해 순차적으로 없애겠다고 했지만, 강행규정은 없이 건물주에 대한 인센티브를 통해 용도변경을 유도하겠다고만 해 실효성이 없다. 무엇보다 현 상태로는 지하·반지하를 없앤다 해도 이들 주택의 거주자들이 갈 곳이 없다. 리모델링·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줘서 비주거용 용도로 전환토록 유도한다는 대책과 모아주택·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대책은 지하주택의 수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이다. 도심의 저렴 주택이 줄어들어 가난한 이들이 또 다른 형태의 열악한 주거로 내몰릴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주거취약계층 주거상향사업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으로의 주거상향을 돕겠다고 하지만, 이 사업은 지원 대상자만 늘렸을 뿐 공급 물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공급되는 주택 유형 대부분은 민간임대주택을 활용하는 전세임대주택으로, 현재 전세임대주택 지원금으로는 서울에서 반지하나 옥탑을 벗어난 전셋집을 구하기도 어렵다. 서울시가 주택바우처 지급을 통한 주거상향 지원책도 밝혔지만, 그 수준은 1인가구 월 8만원, 3인가구 9만원 선으로 주거상향이 불가능하다. 거듭 말해 거듭 말해 지하·반지하 거주자들은 갈 곳이 없다. 

 

  지하·반지하 주거를 없애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도심 내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확대를 통해 안전하고 저렴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지역에 기반한 복지, 일자리, 관계망 형성을 이루고 장기간 거주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기존 생활권 내에 공공임대주택의 유형인 매입임대주택을 통한 주거상향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SH공사는 매입임대주택 예산을 줄여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결국 도심의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확대 계획 없는 서울시의 반지하 대책은, 이를 개발의 명분으로 활용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가 서울을 기후재난에 더 취약한 도시, 기후악당도시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을 발표하고 올해 내에 기본계획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기본계획은 이른바 ‘유연한 도시계획’을 표방하며 개발에 관한 규제 완화와 각종 개발 계획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인구감소와 기후위기 등의 여건을 고려했다고 하면서도 탄소배출 저감, 재난 대비, 서울의 에너지 자립도 제고 등을 위한 어떤 대책도 포함하지 않았다.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노후건물과 열악한 주거환경에 대한 대책 대신 주거 밀집지역에 업무·상업 기능을 더하기 위해 용도제한을 푸는 것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번 폭우에 복개천 주변 지역의 피해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성찰 없이 수변지역 개발의 의지만 난무한다. 교통·물류 자체를 줄이고 친환경 대중교통의 분담율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임에도, 기본계획 상의 교통·물류 계획은 자율주행차와 UAM(도심항공교통)의 인프라 구축에 초점이 맞춰졌다. 

 

  무분별한 도시개발의 위험이 곳곳에 웅덩이처럼 고이고 취약한 이들에게 가장 먼저 흘러내리고 있으나, 서울시의 도시기본계획에는 재난 대책도 삶을 위협받는 시민들을 위한 대책도 없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도시계획 수립 및 도시개발 추진 시 공간적 탄소중립 계획 요소 등을 반영토록 하겠다”며 관련 지침을 개정해 놓고도, 서울시의 이런 기본계획에 대해 어떤 조치도 없이 손놓고 있다. 

 

  지난 10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침수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며 ‘주거환경 정비, 도시계획, 스마트기술 등 모든 역량을 총결집하겠다’고 밝혔지만, 재난을 부추기는 서울시의 도시기본계획에 대한 국토부의 태도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에는 민간임대시장과 부동산개발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 계획이 담겨있다. 이는 서울시의 계획과 마찬가지로 기후재난을 막을 수도, 열악한 주거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들을 보호할 수도 없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보인 부적절한 언행과 안일한 재난대응 태도는 그럴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케 한다.

 

  가난하거나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재난 위험에 내몰려 목숨을 잃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반지하 가족들은 퇴출 대상일 뿐인 위험 거처의 거주자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노동하고 복지·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이웃들과 관계를 맺으며 삶의 터전을 일궈온 우리 이웃이다. 서울시는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반지하 가족들을 더욱 열악한 거처로 내몰지 말고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해야 한다. 도시계획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기후위기와 재난에 대처하기 위한 내용이 담겨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불평등 도시 서울을 바꾸고 노동자·시민의 평등하고 정의로운 서울을 만들어나가고자 너머서울(코로나너머새로운서울을만드는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기후위기와 무분별한 개발이 낳은 재난에 스러져간 이웃들을 다시 한번 추모하며,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실천해나갈 것이다. 

 

2022년 8월 11일

 

너머서울 (코로나 너머 새로운 서울을 만드는 사람들), 민주노총 서울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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